우체국 가는 길 (도서관일기 2013.3.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체국으로 간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일찍 잠들어 큰아이만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우체국으로 간다. 고흥으로 자리잡은 지 세 해째 되는 올해에 드디어 새로 만든 ‘고흥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름 찍은 하얀 봉투에, 도서관 이야기책 《삶말》을 한 권씩 넣어서 우체국으로 간다. 사진책도서관이자 서재도서관이 아름답고 씩씩하게 시골마을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분들한테 작은 책 하나씩 부치려고 우체국으로 간다.
봄날이지만 오늘은 바람이 모질게 분다. 맞바람 드세다. 그래, 마지막 모진 바람이겠거니 여기며 달린다. 등판에 땀이 후줄근하게 흐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는 “아버지 힘들어요? 아버지 왜 힘들어요?” 하고 묻는다. 모르니까 묻겠지. 그래, 너 스스로 더 자라고 더 자라서 네 자전거를 네 힘으로 달려 봐. 게다가, 네 자전거 뒤에 아버지랑 어머니를 수레에 앉혀 태우고 달려 봐. 그러면 알 테니까. 입으로 이야기를 해 준들 알겠니. 사진으로 보여준들 알겠니. 누구나 삶으로 겪으면서 마음 깊이 아로새길 때에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구름을 바라본다. 하늘을 바라본다. 햇살조각 드리우는 논과 밭을 바라본다. 멧봉우리를 바라본다. 마을을 바라본다. 자동차 거의 안 다니는 호젓한 시골길 달리면서 큰아이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맞바람만 아니라면 아버지도 노래를 하겠는데. 그러다 문득, 맞바람 치더라도 노래는 노래대로 하면 되잖니,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불러 본다. 그런데 큰아이가 아버지는 부르지 말란다. 큰아이 제가 부를 테니까 아버지는 조용히 듣기만 하란다. 쳇. 너만 혼자 신나게 부르면 되니? 같이 좀 부르자고.
우체국에서 집으로 돌아간다. 우체국까지 가는 길이나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이나, 시골길은 오롯이 우리 차지가 된다. 봄이 되어 봄새 울음소리 온 들판과 마을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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