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봄아이 (도서관일기 2013.3.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봄을 맞은 아이들은 마당에서 내처 뛰어논다. 겨울에도 아이들은 마당에서 뛰놀기를 좋아했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언제나 이 모습대로 뛰어놀겠지. 도서관에 함께 가면, 아이들은 책 들여다보기다는 이 골마루 저 골마루 뛰거나 기거나 나르거나 사다리 타거나 하며 놀기를 훨씬 좋아한다. 여섯 살 세 살 아이들더러 무슨 책을 읽으라 하겠나. 키 크고 몸 자라는 아이들로서는 뛰고 구르고 놀고 달리고 넘어지고 하는 모든 움직임이 이녁 삶이면서 일일 텐데.


  여섯 살 큰아이하고 글씨쓰기를 한달지라도, 여섯 살 아이한테는 놀이가 될 뿐이다. 세 살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서 글씨쓰기를 흉내내지만, 이내 다른 놀이로 빠져든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되면, 아홉 살이나 열 살 되면, 얼마나 달라질까.


  책이 어디로 내뺄 일 없으니, 애써 일찌감치 읽히려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 책을 읽기로 마음먹는다면 몇 해쯤 걸려 다 읽어낼까. 아마 다 못 읽을 수 있고, 무척 빨리 다 읽어내고는 새로운 책을 바랄 수 있으리라. 아이들이 시골집과 시골도서관에서 자라면서 마주하는 책을 바라보며 즐겁다. 나로서는 어린 날 바깥에서 뛰어놀기만 했을 뿐, 이런 책 저런 책 흐드러지게 누리지 못했다. 내가 못 누리던 책들을 아이들이 실컷 누리는 한편, 어떤 학과공부나 숙제에 얽히지 않고 홀가분하게 놀며 삶을 배울 수 있으니 기쁘다.


  책이라 한다면 종이책만 책이 되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내 어머니는 나한테 삶책이자 살림책이요 사랑책이었다. 나하고 사귀거나 만난 모든 이웃과 동무 또한 나한테 삶책이자 사람책이고 이야기책이면서 일책과 놀이책이었다.


  봄을 맞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은 봄을 한껏 누린다. 온몸으로 봄책을 읽는다. 날마다 마당에서 뛰놀면서 햇살을 먹고 차츰 까만 살결로 달라진다. 아이들은 봄책과 함께 햇살책을 읽는다. 햇살 사이사이 구름이 지나간다. 아이들은 햇살책과 나란히 구름책을 읽는다. 바람책을 읽는다. 꽃책과 풀책을 읽는다. 바람책을 읽고 누나 동생 서로 아끼는 어깨동무책을 읽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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