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살 바르는 마음

 


  갈치를 굽습니다. 고등어를 굽습니다. 밥상에 올려 아이들과 함께 먹습니다. 여섯 살 큰아이도 세 살 작은아이도 물고기 살점 발라서 먹을 줄 아직 모릅니다. 집에서 내가 물고기구이를 곧잘 했으면 여섯 살 큰아이도 이럭저럭 살 발라 스스로 먹을 수 있었을까요.


  내 어린 날 어머니가 으레 물고기 살점 큼직하게 발라서 밥그릇에 얹었습니다. 두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며, 나는 우리 아이들 밥그릇에 물고기 살점 하나하나 발라서 얹습니다. 내 어머니는 물고기 보드라운 살점을 아이들 밥그릇에 얹으시면서 끄트러미를 집어먹었고, 나도 물고기 보드라운 살점을 아이들 밥그릇에 얹으면서 끄트머리를 조금 집어먹습니다. 내 어머니는 뼈다귀 살점을 입으로 훑어 드셨고, 나도 뼈다귀에서 마지막 살점 바르며 입으로 훑어서 마무리합니다.


  나는 어머니 살점을 먹으며 자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 살점을 먹으며 자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크면 우리 아이들도 저마다 사랑하는 숨결한테 저희 살점 먹이며 즐겁게 하루 누릴 테지요. 4346.3.1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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