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울타리 책읽기

 


  아이들이 돌울타리 돌을 집으며 논다. 놀아도 될 만하지. 그런데 돌울타리 돌을 하나씩 쥐어 어디론가 던진다. 엥? 너희 어디다 던지니? 가뜩이나 낮은 돌울타리인데 너희들이 어느새 몰래 하나씩 던지고 놀며 낮추었구나. 옆지기가 두 가지를 말한다. 울타리 얼른 제대로 쌓아야겠다고. 아이들 뛰놀 밭흙 얼른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서울마실 다녀오고, 샛자전거 붙인 자전거수레 끌어 아이들 태우고 하느라, 몸이 퍽 고단하지만, 뒷밭에서 골라낸 큰돌을 날라 대문 옆 울타리부터 조금 쌓는다. 옆밭 울타리도 조금 가지런하게 손질한다. 이쁘장하게 쌓고 손질해 놓으면, 아이들도 울타리는 안 건드릴 테지. 아이들이 뒹굴고 파헤칠 빈터 흙땅이 있으면, 아이들은 돌을 아무 데나 휙휙 던지는 놀이는 안 할 테지.


  놀 자리가 있어야 즐겁게 논다. 놀 거리가 있어야 기쁘게 논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매한가지이다. 홀가분하게 즐길 삶이어야 한다. 맑으며 밝게 노래하면서 빛낼 삶이어야 한다. 학교 졸업장을 반드시 따야 할 까닭 없다. 베스트셀러이니까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없고 꼭 봐야 할 영화란 없다. 해야 할 한 가지라면 딱 하나, 사랑뿐이다. 4346.3.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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