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33] 걷네

 


  걷습니다. 혼자서 걷고, 여럿이서 걷습니다. 걸어갑니다. 홀로 걸어가고, 아이들과 걸어갑니다. 두 다리로 걷네요. 두 다리로 들길을 걷고, 논둑길을 걷습니다. 골목길과 고샅길을 걷습니다. 시골길을 걷고, 마을길을 걷습니다. 바닷가를 걷고 모래밭을 걷습니다. 숲길을 걷고 풀밭을 걷습니다. 밭고랑을 걷지요. 겨울날 빈 논두렁을 걸어요. 마당을 걷고, 읍내를 걸어가요. 두 다리를 믿는 마실은 ‘걷기’나 ‘걷는 마실’, 곧 ‘걷기마실’입니다. 걸어서 다니기에 이웃한테 ‘걷자’고 말합니다. 나 스스로 걸어가니 ‘걷네’ 하고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자전거를 몰고, 때때로 자가용이나 버스를 얻어서 탑니다. 다만, 내 삶 한복판에는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습니다. ‘걸어서’ 길을 가는 삶입니다. ‘두다리마실’이나 ‘두발나들이’라 할 만합니다. 걸음은 빠를 수 있습니다. 걸음은 느릴 수 있습니다. 시골 읍내조차 자동차 많고 배기가스 매캐하기에, 걸음을 재게 놀립니다. 마을 할배가 농약을 칠라치면 곱던 꽃내음 사라지고 숨이 갑갑하니, 걸음을 바삐 합니다. 제비가 찾아와 머리 위에서 춤을 추면, 천천히 천천히 하느작 하느작 걷습니다. 세 살 작은아이가 아장아장 거닐면, 아이 발걸음에 맞추어 느긋느긋 찬찬히 걷습니다. 걷고, 거닐고, 걸어가면서 생각을 즐겁게 여밉니다. 4346.3.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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