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1. 차곡차곡 쌓는 책 - 헌책방 숨어있는책 (2012.12.2.)

 


  처음부터 책이 쌓인 헌책방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들어오는 책을 쌓습니다. 책손이 쉬 알아보고 얼른 골라서 사들이는 책은 쌓일 틈 없습니다. 책손이 눈여겨보지 않는 동안에도 책은 꾸준히 들어와, 책방 일꾼은 천천히 책탑을 쌓습니다. 처음에는 책꽂이만 채우던 책이고, 나중에 바닥에 깔리는 책이며, 차츰 한 겹 두 겹 이루는 책입니다.


  차곡차곡 쌓아서 탑을 이루는 책을 바라볼 때에는, 온누리에 책이 참 많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누군가는 이쯤 되는 책을 한꺼번에 장만할 수 있겠지요. 돈 몇 억쯤 쉽게 움직이면 헌책방 한 군데 통째로 사들이는 일이야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돈 몇 억쯤 움직이며 책 몇 만 권 한꺼번에 사들인다면, 이 책들을 어떻게 건사하고 어떻게 만지며 어떻게 읽을까요. 헌책방 일꾼은 한 권 두 권 손수 만지고 다듬어 책꽂이에 꽂다가 바닥에 쌓는 책이지만, 책손이 이 책들을 하나하나 만져서 살피고 읽자면 얼마나 기나긴 나날 품을 들여야 할까요.


  헌책방 일꾼은 손으로 책을 만지면서 책을 읽습니다. 헌책방 일꾼은 이녁이 건사하지 않으나, 누군가 이 책들 아름답게 건사하기를 바라며 알뜰살뜰 책을 어루만집니다. 시골 흙일꾼은 손으로 씨앗을 심고, 손으로 곡식과 열매를 갈무리해서, 이녁 아닌 다른 사람들 배부르게 먹으라고 내놓습니다. 흙은 언제나 흙일꾼 혼자 먹을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열매를 맺습니다.


  나누라고 하는 책입니다. 나누라고 하는 열매입니다. 나누라고 하는 생각이고 마음이며 사랑입니다. 새로운 책이 꾸준하게 나오며, 새로운 이야기 꾸준하게 퍼집니다. 새로운 열매 꾸준하게 거두어들여 새로운 숨결 꾸준하게 돌봅니다. 새로운 생각과 마음과 사랑이 꾸준히 샘솟아 우리 지구별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을 뿜습니다.


  책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사랑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습니다. 꿈과 믿음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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