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책

 


  저녁에 아이들 콩콩 뛰며 놀고,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시집 두 권 후루룩 읽습니다. 국수를 마시듯 시집 두 권 쉽게 읽습니다. 이 시를 쓴 두 사람은 시를 쉽게 썼을까 헤아려 봅니다. 쉽게 쓴 시라 쉽게 읽을 수 있는가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 시집이건 저 시집이건 모두 그분들 삶입니다. 내가 쉽게 읽건 어렵게 읽건, 시를 쓴 분들은 당신 나름대로 아름다우며 즐거운 나날을 누리다가 시가 샘솟아 글을 쓰리라 생각합니다. 나도 내 삶을 내 깜냥껏 아름답고 즐겁게 누리다가 이 시집들 만나 방바닥에 엎드려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며 읽겠지요.


  아이들은 엎드린 아버지 등에 올라탑니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아이들 놀잇감이 됩니다. 아이들은 조그마한 방조차 너른 운동장 삼아 달립니다. 이 놀라운 힘은 어디에서 솟아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조그마한 땅뙈기에서도 씩씩하게 뿌리내려 새싹 올리는 들풀을 떠올립니다. 들풀과 아이들이란, 나무와 사람들이란, 멧새와 목숨들이란, 서로 한동아리요 함께 고운 숨결이리라 느낍니다.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쉽게 썼으니, 나도 시를 쉽게 읽겠지요.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곱게 썼다면, 나도 시를 곱게 읽겠지요.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노래하며 썼다면, 나도 시를 노래하며 읽겠지요. 글을 쓰는 이들 마음이 내 마음으로 고스란히 옮겨듭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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