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예쁜 밤

 


  어젯밤 아이들과 함께 달무리를 바라본다. 아, 예쁘네. 고개 척 꺾어 올려다보는 밤하늘에 크고 둥그런 달무리가 참 예쁘다. 그런데, 옆지기는 달무리가 늘 있었다고 말한다. 쳇, 언제 늘 있었다구, 하고 대꾸하려다가, 내가 눈으로는 못 본 달무리가 늘 있었을는지 모르겠다고 깨닫는다. 왜냐하면, 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저 먼 별이 있지만, 내 눈이 느끼지 못하는 아주 먼 별이 있을 테고, 내 코앞에 있는 어떤 정령이나 도깨비를 나로서는 못 느낄 수 있다. 달무리를 놓고도 똑같은 셈이다. 달무리는 날마다 늘 있는데, 여느 사람 또한 느낄 만큼 굵고 짙은 달무리 있을 테고, 여느 사람은 누구도 못 느낄 가늘고 얇은 달무리 있으리라.


  내가 알아보기에 더 예쁜 달무리가 아니다. 내가 못 알아보기에 안 예쁜 달무리가 아니다. 내가 알아보는 달무리는 내가 알아보는 달무리일 뿐이다. 내가 못 알아보는 달무리는 내가 못 알아보는 달무리일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바라보는 달무리가 더할 나위 없이 예뻐 내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고 느끼면 된다. 아이들아, 너희 눈에 달무리 예쁘니? 우리 함께 달무리 실컷 누리자. 4346.2.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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