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바라는 쪽글을 받고 이틀쯤 묵혔다가, 오늘 비로소 답글을 보낸다. 그냥 잊고 지나갈까 하다가, 애써 쪽글 보낸 마음을 생각하며, 글 하나 적어 본다. '서평 바라는 책읽기'란 무엇일까.

 

..

 


  쪽글 잘 받았습니다.

 

  즐겁게 애써 내시는 책을 보내 주신다는 뜻은 더없이 고맙습니다. 온누리 모든 책은 아름다운 손길 받아서 태어나잖아요.

 

  그런데, 저는 ‘부탁받는 서평’은 안 써요. 책을 선물받는 일이 더러 있지만, 선물을 받건 안 받건, 그 책이 얼마나 아름다우냐를 살필 뿐, 아름답지 않은 책일 때에는 ‘읽어도 아무 느낌글을 안 쓴다’든지, ‘읽고 나서 쓰는 느낌글에 어떠한 즐거움도 묻어나’기 힘들어요.

 

  저는 ‘서평 쓰는 기계’가 아니랍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며 책을 즐기는 살림꾼’입니다. 어느 선물받은 책은 두 해쯤 지나서야 비로소 느낌글을 쓴 적 있어요. 저로서는, 책읽기보다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 더 앞에 있어요. 저한테는, 아름다운 책 읽고 나서도 느낌글 쓰는 일보다 밥을 차리거나 빨래를 하거나 비질이랑 걸레질 하는 일을 더 앞서서 하자는 생각 가득해요. 제가 손수 산 책 가운데에도, 사서 읽은 지 다섯 해가 넘거나 열 해가 지났으나 아직 느낌글 못 쓰는 책도 많아요. 즐겁게 사서 읽고도 스무 해 넘도록 아직 느낌글 안 쓰고 ‘마음으로 묵히며 기다리는’ 책도 무척 많아요.

 

  책을 선물받고 한 주만에 뚝딱 하고 서평을 만드는 일이란 그리 즐겁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보내 주시면 고맙게 받고 싶습니다. 마음껏 즐겨야지요. 언제나 즐거움과 사랑으로 책을 빚으시기를 빌어요.


― (최종규)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 973번지 동백마을 (548-892)


  저희 집은 시골집입니다. 저한테는 책소포나 택배나 편지가 많이 옵니다. 등기 아닌 일반우편으로 부치셔도 책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일 없어요. 고흥군 우체국 배달일꾼은 다 저를 알아요. 시골에서는 꽃샘추위 수그러들며 봄바람 가득해요. 봄내음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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