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책읽기

 


  뒷밭 쓰레기를 캐기 앞서 뽕나무부터 세웁니다. 지난여름 거센 비바람에 쓰러진 뽕나무입니다. 뽕나무는 쓰러질 일이 없었으나, 가지가 높아 열매 따기 힘들 테니 가지가 휘도록 하자며 장인어른이 줄로 묶어 당겨 놓았어요. 장인어른은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나뭇가지를 줄로 잡아당겨 휘어 놓는 모습’을 보고는 ‘그것 참 옳구나’ 싶어 우리 시골집에서 그렇게 해 보셨습니다. 우리 시골집 살림과 일을 걱정하며 일손을 거드셨지만, 애꿎은 나무를 아프게 했달까요. 하나하나 돌아보면, 장인어른이 ‘둘레 사람 말을 듣고’ 나뭇줄기를 뭉텅뭉텅 자른 일이라든지, 뽕나무 가지를 잡아당겨 휘도록 한 일이라든지, 나무한테는 즐겁지 못한 노릇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살림을 일구면서 우리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면 되거든요. 가지끼리 너무 엉키기에 몇 군데 끊는다든지, 잎만 수북하게 자라는 가지가 돋으면 조금 친다든지 하면 되는데, ‘마을 누군가 한 마디를 한대’서, ‘조경사라는 이가 한 마디를 한대’서, ‘텔레비전에 나온 이야기를 들었대’서,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서, 자꾸 휩쓸리면 삶이 휘둘리고 맙니다.


  지게차를 써서 뽕나무를 세웁니다. 굵다란 뿌리 여럿 톱으로 끊습니다. 이만 한 나무 한 그루 세우자면 옛날에는 일꾼이 몇 사람 붙었을까 어림해 봅니다. 무척 큰일이었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뽕나무 세우는 사이 어느새 마을 할배 한 분 웃밭에서 구경하다가, 거 뭐하러 세우느냐며, 줄기 잘라서 버리라고, 한 말씀 합니다. 뽕나무 한 그루 때문에 땅뙈기 줄어들어 아깝다며, 나무 까짓것 버리라고 합니다.


  빙그레 웃습니다. 오디도 열리고 나무도 예뻐요. 저희는 뽕나무를 사랑해요.


  마을 할배는 자꾸자꾸 뽕나무 자르라 없애라 땅 넓히라 하는 말씀을 합니다. 싱긋싱긋 웃습니다. 이 나무는 튼튼하게 이 자리에 다시 서서, 앞으로 오래오래 우리 아이들한테 맛난 오디를 베풀고 시원한 그늘 베풀겠지요, 하는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욉니다. 뽕나무야, 뽕나무야, 너는 몇 살까지 살 수 있니. 나는 네가 우람하게 자라 우리 뒷밭뿐 아니라 우리 마을 환하게 밝히는 나무가 될 수 있기를 빈다. 천 해도 좋고 이천 해도 좋다. 새 뿌리 굵게 내리고, 새 가지 힘차게 뻗어 파란 하늘 맑은 바람을 먹으렴. 4346.2.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올해에는 뽕나무꽃 사진 예쁘게 찍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