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칼칼하다
옆지기 동생이 시집가서 살아가는 일산 대화역 언저리 작은 방에서 하룻밤 묵고 나니 목이 칼칼하다. 코가 맹맹하고 눈이 따가우며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흙땅 하나 없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인 도시에 높다란 건물만 우줄우줄 솟은데다가, 자동차물결은 멈추지 않고, 높다란 건물마다 어마어마한 전자파가 쏟아져나오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그러나, 나도 이런 도시에서 태어나서 살았는걸.
아이들과 함께 시골에서 머무는 동안 날마다 내 몸이 달라진다고 느낀다. 시골살이가 하루하루 늘어날 적마다 내 눈과 코와 몸이 차츰 달라진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곰곰이 돌아보면 내 몸이 달라진다기보다 내 몸이 제자리를 찾는 셈 아닌가 싶곤 하다. 이제껏 억눌린 내 몸이 홀가분하게 풀려나는 셈 아닌가 싶다. 시골에서 오래도록 즐겁게 지내다가 도시로 마실을 나오면 골이 아프고 눈이 따가우며 목이 갑갑하다 느끼는 까닭은, 처음 도시에서 태어나 살면서 온갖 화학물질과 전자파와 방사능과 독소와 가공식품에 길들며 내 숨결을 옳게 못 느낀 탓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4346.2.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