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옆 지나가는 고속도로

 


  고흥을 벗어나 순천을 지나고 청주를 거쳐 음성으로 오는 길, 여러 고속도로 곁을 스친다. 시골마을 가운데 어느 곳도 고속도로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리라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모든 시골마을은 이름 그대로 시골이요, 조용한 삶터였으리라. 그런데, 오늘날 시골 가운데 고속도로나 송전탑이나 공장이나 짐승우리나 발전소나 골프장이나 아파트나 4대강 삽질터 같은 거친 손아귀에서 홀가분한 데는 매우 드물다. 홀가분하면서 호젓한 시골마을은 차츰 줄어든다.

  고속도로 곁 시골마을 사람들은 새벽이고 밤이고 아침이고 낮이고 얼마나 시끄러울까 생각하다가, 고속도로 바로 곁에 있는 무덤을 퍽 많이 본다. 저 자리를 처음 잡아서 무덤을 쓸 적에는 고속도로 같은 찻길은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겠지. 더없이 좋은 터를 고르고, 볕 잘 들면서 아름다운 숲속에 무덤을 놓았으리라. 그런데, 이런 좋은 터, 무덤 있는 곁에 고속도로가 참 많이 지나다닌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일까. 더 깊이 살피거나 헤아릴 수 없는 노릇일까. 자동차 뜸한 옛날에는 누구나 천천히 걸어 무덤자리 찾아가서 술 한 잔 떡 한 점 올리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웠으리라. 자가용 몰아 붕붕 싱싱 무덤자리 휘 둘러보고 떠나는 요즈음은 오순도순 이야기꽃 피울 겨를이나 마음이 크게 줄거나 사라질밖에 없으리라. 4346.2.1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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