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서운함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가 음성 멧골집이 너무 추우니 아이들 걱정스럽다며 설에 오지 말라 전화를 하셨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설 즈음 해서 고흥 시골집도 추위에 걱정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 음성 가는 기차표를 취소했다. 이듬날 아침, 음성 할머니가 전화해서 마중 나오신다고 언제쯤 음성으로 오느냐고 물으신다. 그렇지만 너무 추워 오지 말라 하셔서 기차표를 취소하고 말았는걸요.


  고흥 시골집 물이 얼건 말건 그냥 가야 했을까. 어차피 여러 날 길게 비우면 물이 얼다가 다시 녹을 수 있으니 그냥 가도 되었을까. 2월 8일 고흥 시골집 온도는 올들어 가장 낮게 떨어진다. 밥 끓이는 가스불도 얼어 잘 안 켜진다. 아이들 태우고 면사무소로 자전거를 달리는데 자전거 멈추개까지 얼어붙는다. 따스한 고흥까지 추위를 느낀다면 다른 곳은 얼마나 춥다는 소리일까.


  그러나 자꾸자꾸 아쉽고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얼든 말든 그냥 가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달리 어찌할 길은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기다리자. 설과 함께 추위가 물러가기를 가만히 기다리자. 올 설에는 고흥 시골집에서 마을회관 합동세배를 구경하면서 설 언저리 시골마을 삶자락을 누려 보자. 4346.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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