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 시골사람
서울에 있는 어느 사진잡지에서 ‘사진대담’을 한다며 나더러 서울로 와서 이야기를 나누어 달라고 전화를 건다. 그러마 하고 얘기하면서, 다만 나는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살기에, 적어도 버스삯은 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잠은 아는 분들 댁에서 자더라도 찻삯은 칠만 원 돈이 되니 잡지사에서 댈 수 있겠느냐고 여쭌다. 다른 돈은 몰라도 찻삯은 내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나하고 함께 사진 이야기를 나눌 분을 찾다가 잘 안 되어 이달에는 취소하고 다음에 새로 자리를 잡아 마련한다고 전화를 건다. 내가 함께 사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하는 분들이 전북 진안에 계신 분하고 부산에 계신 분인데, “다들 지방 분들이라 섭외가 …….” 하면서 너그러이 헤아려 달라 이야기한다.
문화도 예술도 서울이 한복판이라 할 테지. 문화쟁이도 예술쟁이도 거의 다 서울에서 살아가며 일한다 할 테지. 그러니까, 사진잡지이든 그림잡지이든 문학잡지이든, 으레 서울에서 모임을 꾸릴 테고, 서울에서 책을 낼 테며, 서울에서 이야기잔치를 열 테지.
서울사람끼리 하는구나 생각하다가, 서울까지 오가느라 내 몸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되니 고맙다고 생각하다가, 시골사람 목소리는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듣기 어렵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나는 시골에서 숲을 바라보고 숲내음 맡으며 숲소리 즐기며 조용히 살자 하고 생각한다. 434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