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순이

 


  아침똥과 낮똥을 지나간 작은아이가 저녁똥을 푸지게 눈다. 워낙 푸지게 누면서 웃도리까지 똥이 묻는다. 밑을 씻기는 김에 작은아이 머리를 감기고 몸도 씻긴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를 불러 너도 옷 다 갈아입고 씻자고 이야기한다. 큰아이는 그림 그리려 하는데 왜 씻자고 하느냐 말하다가 옷을 한 꺼풀씩 벗는다. 알몸으로 씻는방까지 달린다. 큰아이 머리부터 감기고 몸을 씻긴다. 그러고서 몸 물기부터 훔치고 머리를 말린다. 춥다고 하니 다시 방으로 달린다. 속옷을 입히고 웃도리를 입힌다. 바지를 입힌다. 큰아이는 옷을 다 입더니 치마를 찾는다. 이제, 아버지가 아이들 옷가지 빨래를 하려고 갈 때, 큰아이가 문득 “(다 마른) 빨래 내려서 갤게.” 하고 말한다. 응? 어인 일이지? “그래, 고마워. 잘 개 주셔요.”


  빨래를 다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다. 큰아이는 한복으로 갈아입고 옷을 갠다. 옳거니. 이 녀석, 아침에 해서 다 마른 빨래 가운데 한복 치마 낀 모습을 보았구나. 그러니, 빨래를 개겠다고 했지.


  큰아이는 자그마한 손으로 빨래를 곱게 갠다. 작은아이는 아직 빨래를 개지 못한다. 큰아이는 돌을 지날 무렵부터 빨래를 갠다며 시늉을 하고 빨래놀이를 했으나, 작은아이는 두 돌까지 석 달 남은 오늘까지, 빨래를 개려고 하지 않는다. 빨래를 들고 훌훌 흔들기는 하지만, 누나처럼 얌전히 앉아 곱게 개지는 않는다. 아마, 두 돌 무렵이 되거나 두 돌을 지나면, 누나 곁에 나란히 앉아 빨래를 곱게 갤 테지. 그때에는, 우리 집 큰아이는 심부름순이, 작은아이는 심부름돌이가 되어 함께 살림을 꾸리리라. 434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