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아이들

 


  하룻밤 바깥마실 다녀온 아버지가 시골집에 저녁 아홉 시 무렵 돌아온다. 바깥 볼일 보는 사이 집에 전화를 하면, 여섯 살 큰아이가 집전화 받으면서 “아버지 집에 없어서 울었어요.” 하고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은 잘 지내려나. 하룻밤 사이에 돌아오자니 몹시 벅차지만, 몸이 고단하면 시골집에서 여러 날 쉬면 다 풀리리라 생각한다. 바쁜 걸음으로 시골집 마당으로 들어서며 아이들을 부른다. 두 아이 모두 저녁 아홉 시가 넘고 열 시가 되도록 좀처럼 잠자리에 들려 하지 않는다. 두 눈은 틀림없이 졸린 눈이다. 아니, 졸음이 넘치고 넘쳐 어찌할 바 모르는 눈이다. 여느 날은 작은아이부터 안아서 재우나, 오늘은 큰아이부터 안아서 재운다. 아버지 품에 안긴 큰아이는 말도 투정도 떼도 없이 몸을 맡기고 고개를 파묻는다. 잠자리에 반듯하게 눕히자마자 곯아떨어진다. 하룻밤이라지만, 그끄제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가 그제 늦은 저녁 돌아왔으니, 너희한테는 거의 이틀 동안 아버지 얼굴 못 본 셈일 테지. 기다려 주어 고맙다. 아버지도 너희를 생각하며 한결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다짐을 한다. 434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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