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시간

 


  이오덕 선생님이 마흔 해 남짓 쓴 일기가 올 2013년 4∼5월 사이에 책으로 나온다. 곧 나올 놀라운 책 하나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일손을 거들려고,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이오덕학교로 찾아간다. 이듬날에는 서울로 찾아간다. 먼저, 전남 고흥에서 버스와 버스와 기차와 버스와 버스와 버스를 갈아타는 여덟 시간 십육 분 걸리는 다리품을 팔아 충북 충주 이오덕학교로 갔고, 시외버스와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 가서 하룻밤 묵은 다음, 이듬날 아침에 전철을 타고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일기책 내는 이야기를 나눈 뒤, 서울부터 고흥까지 어마어마하게 내달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잠은 네 시간. 이틀에 걸쳐 열일곱 시간을 버스와 기차와 전철에서 보낸다. 몸이 부서질 듯 보낸 하룻밤인데, 이번 마실길은 생각보다 몸이 그리 힘들지 않다. 아름다운 책 하나 그야말로 아름답게 태어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으로 여러 생각을 기울였기 때문일까. 스스로 좋은 생각만 품고 좋은 생각을 북돋우며 바지런히 움직였기 때문일까. 버스와 기차와 전철로 움직인 시간을 수첩에 낱낱이 적은 뒤 덧셈을 하며 나 스스로 놀라지만, 앞으로 즐거운 일이 새록새록 일어나기를 비니, 몸이나 마음이 퍽 홀가분하다.


  생각이 삶을 어떻게 살찌우는가를 몸소 겪었구나 싶다. 마음이 몸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기쁘게 누렸구나 싶다. 지난 열일곱 시간 동안 종이책을 일곱 권 읽었다. 434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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