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섬

 


고즈넉한 시골 면소재지
작은 가게에
잘 익은 벼빛 머리
러시아 아저씨 아주머니
깡통맥주 두 꾸러미
과자 몇 점 산다.

 

서울서도 순천서도 광주서도
시골 읍·면 구경
안 오는데
웬 러시아 손님들
갸우뚱하고 보니,

 

고흥 끝자락
다도해 국립공원 한복판
나로섬에 세운
시멘트 벌판에서
뭘 쏜다는구나.

 

마음 열어 눈 뜨면
달 별 미리내
폭 안을 텐데
10조인지 100조인지

 

바다를 흔들고
숲을 흔들고
들을 흔들고
마을까지 흔들어
뭘 쏘는구나.

하늘이 갈라진다.


새들이 놀라 숨는다.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
고기잡이배가 사라진다.
김밭 매생이밭 굴밭
덜덜덜 떤다.

 

아버지는 1500원
나는 800원
군내버스 타고
읍내에서 동백마을로 돌아온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네.

 


4346.1.3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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