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장사 책읽기

 


  조치원역에서 기차를 내려 시외버스 타는 곳으로 간다. 조금 걷다 보니 머리핀과 머리끈과 여러 가지를 파는 손수레 하나 보인다. 스윽 지나쳐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뒤로 돌아가서 토끼 모양 머리핀 둘 고른다. 하나에 삼천 원씩 육천 원을 치른다. 작은 봉지에 담아 앞가방에 넣는다. 시골집으로 돌아가서 큰아이하고 작은아이한테 하나씩 주어야지.


  다시 걷는다. 길바닥에 손수레를 놓거나 보따리를 풀어 장사하는 이가 제법 있다. 따로 가게를 열어 꾸리지 못하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손님을 기다린다. 길장사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은 길을 걷는 길손. 길손은 두 다리로 천천히 걸으며 가게를 바라보고 손수레를 바라본다. 길손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길손은 바람내음을 맡는다. 길손은 비둘기 날갯짓 소리를 듣는다. 길손은 길가 나무 둘레에 이루어진 조그마한 풀섶에서 풀벌레가 노래할 적에 문득 쪼그려앉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4346.1.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