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빨래

 


  작은아이가 하루하루 크면서 빨래감 또한 차근차근 줄어든다. 저녁에 바지에 똥 질펀하게 눈 작은아이 밑을 씻기고 똥바지 두 벌을 빨래하려는데, 낮에 나온 똥바지 두 벌과 엊저녁 나온 똥바지 한 벌을 안 빤 채 그대로 둔 모습을 본다. 이런, 어째 엊저녁에는 이리 게으르게 보냈담.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눈발이 날려 빨래를 미루었지만, 엊저녁 똥빨래를 잊고 지나치다니.


  똥바지 다섯 벌에다가 작은아이 다른 옷 석 벌, 큰아이 옷 넉 벌, 수건 한 장, 옆지기 속옷 한 벌, 아이들 양말 한 켤레를 손빨래한다. 오늘은 작은아이가 밥상을 엎어 방바닥 깔개를 적셨기에 이듬날에는 깔개를 빨 생각이다. 오늘은 저녁에 손빨래를 처음 하는데, 남은 빨래거리는 깔개를 빼고는 그닥 안 많다. 옆지기 옷가지 몇 벌은 이듬날 깔개랑 함께 빨면 될 테지.


  아이들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빨래하는 품이 줄어드는 내 집일을 함께 생각한다. 앞으로 이 아이들 더 무럭무럭 커서 저희 옷을 저희 스스로 손빨래할 수 있으면, 내 집일 품은 훨씬 줄겠지. 그때에는 아이들이 나물을 뜯어 헹구고 무치기까지 할 수 있으리라. 이러면서 아이들이 텃밭도 돌볼 수 있고, 이렇게 틈이 나면 나도 함께 땅을 갈고 텃밭을 함께 보살필 수 있으리라. 아이들 크는 모습 바라보는 시골살이 재미란 날마다 새롭다. 4346.1.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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