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개기 심부름

 


  여섯 살이 된 큰아이는 무슨 집일을 나누어 할 수 있을까요. 어버이가 맡긴다면 무슨 일이든 할 테지요. 호미를 쥐어 주고는 풀을 뽑으라 하면 풀을 뽑을 테고, 연필을 쥐어 주고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라 하면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테지요. 빗자루를 주고 방바닥을 쓸라 하면 방바닥을 쓸 테고, 수세미를 쥐어 주고는 설거지를 하라 하면 설거지를 할 테지요.


  일손이 바빠 큰아이를 부릅니다. 방에 옷걸이로 꿰어 널었던 빨래가 다 말라, 큰아이더러 개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나 힘들어서 다 못 해.” 하고 말하는 큰아이한테 “천천히 하면 돼.”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 곁에 앉아 다른 일을 합니다. “아버지도 같이 개.” 하고 말하는 아이한테, “응, 이것 좀 다 하고.” 하고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큰아이가 빨래 개기를 끝까지 거듭니다. 다 갠 빨래 가운데 큰아이 옷가지는 큰아이 스스로 제 자리에 가져다 놓습니다. 올 한 해 무르익어 일곱 살로 접어들 즈음이면, 큰아이는 다 마른 제 옷을 아버지나 어머니 말이 없더라도 스스로 건사할 수 있겠지요. 제 옷을 건사하면서 동생 옷도 말없이 개서 건사해 줄 수 있겠지요.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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