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구름낮

 


  추위에 오들오들 떤다고 하는 한겨울이라지만, 바람이 조용한 한낮, 작은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평상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니 따뜻하다. 큰아이는 마당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리고 뛰면서 논다. 배앓이를 한 작은아이는 누나하고 함께 달리거나 뛰지 않고, 아버지 무릎에 앉아 함께 겨울 해바라기를 한다.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고, 먼 멧자락을 바라본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잎사귀를 바라본다. 좋은 겨울이구나. 참 따스한 시골이구나.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은 무척 따스하면서 포근한 마을이구나. 한겨울에도 해바라기를 하며 놀 수 있다니.


  빨래가 잘 마른다. 때때로 뒤집어 더 잘 마르도록 한다. 마을 들고양이는 마늘밭이랑 풀밭 언저리에서 하품을 하며 해바라기를 한다. 겨울은 아직 안 끝났으나, 봄이 멀지 않았다고 느낀다. 햇살은 눈부시고 하늘은 파랗다. 멧새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노래를 흩뿌린다. 이웃 할머니가 머리에 무언가 이고 지나간다. 평화란 무엇일까. 군대가 있어야 평화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살을 비벼야 사랑일까. 두 아이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겨울 구름낮을 실컷 누린다. 4346.1.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