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구름 책읽기

 


  밤에 올려다보는 구름은 달빛이 어리며 환합니다. 깊고 깊은 밤에 바라보는 구름은 별빛이 내려앉으며 곱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자그마한 별이 구름과 구름 사이에 고개를 내밉니다. 저 먼 별에서 지구를 바라볼 적에도 구름과 함께 환한 빛이 어릴까 궁금합니다. 저기 저 먼 별에서도 지구와 지구를 둘러싼 여러 별을 고운 눈길로 바라볼까 궁금합니다.


  내 마음이 환할 때에는 구름빛을 환하게 느낄까요. 내 마음이 어두울 때에는 구름이고 바람이고 풀빛이고 나무이고 바라볼 겨를이 사라질까요. 내 마음에 사랑이 넘실거리면서 구름빛을 맑게 들여다볼까요. 내 마음에 미움이나 다툼이 스며들면서 구름이고 하늘이고 흙이고 바다이고 아랑곳하지 않는 삶이 될까요.


  두 아이 밤오줌을 누이고 나도 밤오줌을 눕니다. 겨울바람 겨울나무 사그르르 흔드는 소리를 듣습니다. 구름이 흐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별빛이 드리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토닥토닥 재운 두 아이가 가르르 나즈막한 숨소리를 내며 꿈꾸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잠에서 깨어 아버지한테 볼볼 기어옵니다. 더 자야지. 아직 깊은 밤인걸. 작은아이는 아버지 무릎을 찾습니다. 나는 아이한테 무릎을 내줍니다. 그래, 너는 네 아버지가 ‘아이를 무릎에 누이며 깊은 밤에 글을 쓰는 즐거움’을 누리라면서 이렇게 밤잠을 살몃 잊고 놀려 하는구나. 4346.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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