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읽히기 기다리는 사진책 65

 


어떤 이웃하고 살아가는 사진인가
― I dream a world
 Brian Lanker 사진·글
 Stewart,Tabori & Chang 펴냄,1989

 


  브라이언 랭커(Brian Lanker) 님이 일군 사진책 《I dream a world》(Stewart,Tabori & Chang,1989)를 들여다보면 미국 사회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흑인 여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책에 나오는 미국 흑인 여성은 널리 이름난 사람일 수 있고, 미국 사회에만 잘 알려진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알려지지 못한 사람이라 할 때에 옳지 싶어요.


  사진쟁이 브라이언 랭커 님은 ‘오늘과 같은 미국 사회를 빚은’ 사람으로 ‘흑인 여성’을 꼽았다고 합니다. 다만, ‘오늘과 같은 미국 사회’라 할 때에는, 전쟁미치광이가 있는 미국 사회가 아니요, 작은 나라 씨앗을 모두 사들여 유전자 건드린 채 비싸게 팔려는 미국 사회가 아닐 테지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이웃나라를 괴롭히는 미국이라든지, 전쟁무기 끔찍하게 만들어 이 지구별에 전쟁판 불러일으키는 미국도 아니리라 느껴요.


  자유와 민주와 평화와 평등을 꽃피우면서 널리 퍼뜨리려고 힘쓴 사람들이 있는 미국 사회라 할 테지요. 사랑을 속삭이고 꿈을 노래하는 미국 사회라 할 테지요. 어둡고 퀴퀴한 정치와 사회와 경제 먼지띠를 걷어내면서, 따사롭고 너그러우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려 하는 미국 사회라 할 테지요.


  사람을 담는 사진쟁이들은 으레 ‘여러 갈래 여러 자리’에서 일하거나 힘쓰는 사람들 얼굴을 담곤 합니다. 어느 사진쟁이는 달동네 가난한 이웃 얼굴을 담고, 어느 사진쟁이는 정계·재계 권력층 이웃 얼굴을 담습니다. 글쟁이나 그림쟁이 얼굴을 담는 사진쟁이가 있고, 굿을 하는 사람이나 인간문화재 얼굴을 담는 사진쟁이가 있어요. 아이들 얼굴을 담는 사진쟁이가 있으며, 나라밖에서 맑은 웃음빛을 찾으려는 사진쟁이가 있어요.

 

 

 


  모두 이웃을 찾으려는 사진쟁이입니다. 사진쟁이 스스로 어떤 이웃이 당신한테 가장 살가우며 반갑고 아름다운가 하는 삶결을 찾으려는 몸짓입니다. 달동네 가난한 이웃 얼굴이든 정계·재계 권력층 이웃 얼굴이든 똑같습니다. 모두 우리 이웃이에요. 한국에서 인간문화재 이름을 얻은 분들 얼굴이든, 티벳이나 인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얼굴이든, 모두 똑같습니다. 저마다 우리 이웃입니다.


  누구를 찍느냐 하는 대목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찍으면 됩니다. 누구를 찍었기에 더 낫지 않고, 누구를 아직 못 찍었기에 값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나’는, 나를 둘러싼 ‘이웃’을 어떤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가 하는 꿈을 생각할 수 있으면 돼요.


  사진학교를 안 다녔어도 사진을 즐겁게 찍습니다. 사진책을 얼마 못 읽었어도 사진을 재미나게 찍습니다. 사진강의를 모르지만 사진을 웃으며 찍습니다. 사진이론을 들은 적 없어도 사진을 해맑게 찍습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찍는 사진입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서로서로 이웃으로 지냅니다. 마음이 따사로울 때에 따사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사진입니다. 마음이 따사로울 때에 서로서로 따사롭게 어깨동무할 수 있는 이웃입니다.

 

 

 


  이웃을 사진으로 찍고 싶다면 꿈을 꾸면 됩니다. 내 살가운 이웃이 누구인가 하고 꿈을 꿉니다. 나는 누구하고 살가운 이웃으로 지낼 때에 즐거운가 하고 꿈을 꿉니다. 내 이웃하고 어떤 사랑을 나누고 싶은지 꿈을 꿉니다. 나하고 이웃한 사람하고 어떤 사랑을 꽃피우며 활짝 웃고 싶은지 꿈을 꿉니다.


  ‘꿈을 찍는 사진’이라는 말이 찬찬히 퍼지는 까닭을 생각해 봐요. 사진이 어떻게 꿈을 찍을 수 있는지 헤아려 봐요. 내 사진은 ‘내 꿈’을 얼마나 담는지 곱씹어 봐요. 내 사진이 ‘내 이웃 꿈’을 얼마나 담는지 되새겨 봐요.


  꿈을 찍지 못할 때에는 이웃을 찍지 못합니다. 꿈을 찍을 때에는 이웃을 찍습니다. 꿈을 찍지 못한다면 ‘내 사진’이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꿈을 찍기에 ‘내 사진’이 싱그럽게 이루어집니다.


  어떤 사진이 즐거울는지, 어떤 사진이 사랑스러울는지, 어떤 사진이 싱그럽게 빛날는지, 어떤 사진이 고운 이야기 꽃피울는지, 곰곰이 생각을 기울여요. 사진 하나로 주고받는 이웃사랑·이웃잔치·이웃노래입니다. 4346.1.2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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