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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친구들 ㅣ 내 친구는 그림책
무라야마 토모요시 그림, 후안 이춘 글,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39
따스한 어깨동무
― 친절한 친구들
후안 이춘 글,무라야마 토모요시 그림,예상열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2002.2.25./9000원
어깨동무를 하면 따스합니다. 한여름에도 어깨동무를 하면, 덥다는 생각은 안 들고 따스해서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자랍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동무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좋아합니다.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로서로 얼마나 따스한 숨결이요 얼마나 예쁜 목숨이고 얼마나 맑은 넋인가를 깨닫습니다.
어른 또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림을 꾸립니다. 말없이 서로 돕기도 하고, 말꽃을 피우며 서로 돕기도 합니다. 따로 도와준 줄 모르기도 하지만, 기쁘게 이야기꽃 피우며 두레나 품앗이를 하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한테서 도움을 더 많이 받았대서 미안할 일 없습니다. 나한테 모자란 힘·이름·돈을 누가 나한테 더 줄 수 있는 한편, 나로서는 동무한테 생각·꿈·마음을 살포시 나누어 줄 수 있어요.
.. 눈이 많이 내려서, 들에도 산에도 모두 하얗게 덮였습니다. 아기토끼는 먹을 것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먹을 것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 (3쪽)
누군가 만나러 길을 나서면서 가만히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면서 곰곰이 생각에 젖곤 합니다. 내가 오늘 만날 이웃한테 싯노래 한 자락 빚어서 나누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껏 젖어듭니다. 내가 살아가는 시골마을을 헤아리고, 이웃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돌아봅니다. 별을 보고 해를 보며 나무를 봅니다. 달을 보고 구름을 보며 풀을 봅니다.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숨결을 찬찬히 생각하다 보면, 싯노래는 저절로 샘솟습니다. 아니, 저절로 샘솟는다기보다 내가 불러들이지요. 아름다운 별님한테서 조금 얻고, 아름다운 풀잎한테서 조금 얻으며, 아름다운 바람한테서 조금 얻어요. 모두한테서 조금씩 얻은 이야기를 내 손으로 또박또박 적바림해서 싯노래 하나 마무리짓습니다.
싯노래 한 자락 선물하면서, 밥 한 끼니 얻어먹습니다. 싯노래 한 가락 내밀면서, 책 한 권 선물받습니다. 싯노래 한 타래 건네면서, 버스삯이나 기차삯을 받곤 합니다.
어깨동무란 서로 어깨를 겯으면서 따스한 숨결 나누는 사이라고 느낍니다. 키가 크든 작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걸음이 빠르든 느리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힘에 세든 여리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우리들은 누구를 해코지할 뜻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깨동무를 하듯 새로운 이웃을 맞이해서 셋이서 넷이서 다섯이서 어깨동무를 이을 수 있어요. 어깨동무는 씨동무가 되고 해동무가 되면서 삶동무가 됩니다. 어깨동무는 놀이동무가 되고 밥동무가 되면서 책동무가 됩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반가운 이야기동무입니다. 서로가 서로한테 사랑을 느끼는 사랑동무요, 곧 꿈동무이고, 믿음동무입니다.
.. 당나귀는 고구마를 먹고 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눈이 이렇게 왔으니 몹시 춥구나. 염소는 틀림없이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이 순무를 갖다 줘야겠다.” .. (11쪽)
아이들이 웃습니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맛난 밥을 얻어먹으며 활짝 웃습니다. 아이들이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서 따순 사랑을 나누어 받으며 곱게 노래합니다.
어버이가 밥을 짓습니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짓습니다. 어버이가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아이들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사랑을 골고루 나누어 줍니다.
풀 한 포기를 바라보아도 따스한 손길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해도 따사로운 눈길입니다. 저기 흐르는 하얀 구름은 어떤 빛깔일까요. 여름날 뭉게구름과 겨울날 눈구름은 어떤 무늬일까요. 봄날 포근한 바람과 가을날 산들거리는 바람은 어떤 속살일까요.
사람은 사람끼리 어깨동무를 하면서, 사람은 푸나무랑 어깨동무를 합니다. 사람은 어른 아이 사이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벌레와 짐승하고 어깨동무를 합니다.
나는 당신한테 꿈노래를 선물할게요. 당신은 나한테 살림돈 얼마쯤 선물해 주셔요. 나는 당신한테 맑은 웃음소리를 선물할게요. 당신은 나한테 옷 한 벌 선물해 주셔요. 나는 당신한테 즐거운 이야기꾸러미를 선물할게요. 당신은 나한테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한 그릇 선물해 주셔요.
예부터, 돈은 돌고 돈다고 했습니다. 사랑 또한 돌고 돌며, 꿈 또한 돌고 돕니다. 따사로운 말도 돌고 돕니다. 아름다운 생각도 돌고 돕니다. 돌고 돌면서 동글동글 몽글몽글 어여삐 거듭납니다. 돌고 돌면서 보드라운 빛이 되고, 돌고 돌면서 매끄러운 살결이 됩니다.
.. 얼마 후, 아기토끼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나, 순무가 돌아와 있네.” 아기 토끼는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생각에 잠겼지만 바로 깨달았습니다 .. (26쪽)
후안 이춘 님 글하고 무라야마 토모요시 님 그림이 어우러진 그림책 《친절한 친구들》(한림출판사,2002)을 읽습니다. ‘친절’이라고 했지만, 한자말 ‘친절’은 “따스한 마음”을 가리킵니다. 곧, 이 그림책은 “따사로이 어깨동무하는 숲속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서로 따사롭게 마음을 기울이고, 다 함께 따사로이 살림을 빚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내 배가 고프니, 내 이웃 배도 고픈 줄 알아요. 내 배가 부르니, 내 이웃도 배가 부를 때에 즐겁겠다고 깨닫습니다. 아름다운 삶과 마음과 사랑입니다. 4346.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