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1.4.
 : 겨울은 겨울자전거

 


- 새해 겨울자전거를 탄다. 해가 따사롭게 걸릴 적에 타려고 하지만, 막상 해가 따사롭게 걸린다 하더라도 겨울은 겨울이라 바람이 차다. 그렇지만, 음성 멧골집에서 높다란 고개 너머 읍내를 오갈 적에 맞던 바람보다는 한결 따사롭다. 높다란 고개를 오르고 내리면서 얼마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달렸던가. 수레에 탄 두 아이도 한결 따사로운 시골마을에서 한결 포근한 자전거를 탄다고 할 텐데, 면소재지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추워요.” 그래? 춥지? “추우니 가림막 내리자? 내리면 덜 추워.” 큰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작은아이는 볼따귀 얼어붙으면서 말이 없다.

 

- 큰길을 달려 집으로 오다가, 큰길에서 벗어나 논둑길로 접어든다. 겨울 논둑길 빛깔은 겨울빛. 봄과 여름은 푸른 빛깔이라면, 가을은 살그마니 노랗게 물드는 빛깔이요, 겨울은 하얀 서리와 눈발 닮은 하양이 섞인 누런 빛깔.

 

- 마을 어귀 빈집 처마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추자루를 본다. 빨강도 푸름도 모두 스러진 겨울인데, 고추 너만은 빨갛게 빛나네. 일찍 지는 겨울햇살 등에 업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 닿아, 수레에서 내려 주니, 아이들 얼굴에도 비로소 웃음이 돈다. 자전거 타고 마실 잘 다녀왔니? 또 집에서 뛰고 구르면서 놀아라.

 

(최종규 . 2013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