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해설사

 


  사람들한테 골목동네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골목해설사’가 있다고 한다. 문학을 비평하는 ‘문학비평가’처럼, 골목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만하리라 본다. 그런데, 문학을 어떻게 왜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할까. 그리고, 골목을 어떻게 왜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하는가.


  문학을 이야기하는 사람 가운데 스스로 ‘문학 이야기꾼’이라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골목을 이야기하는 사람 가운데 스스로 ‘골목 이야기꾼’이라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곧, 문학비평가나 골목해설사는 ‘이야기’ 아닌 ‘지식’을 다루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문학을 빚은 사람들 마음을 읽기보다 문학이라는 그릇에 담긴 줄거리를 읽는 문학비평가요, 골목동네에서 꿈과 사랑을 빚는 사람들 넋을 읽기보다 골목이라는 건축물에 깃든 역사나 문화를 읽는 문화해설사로구나 싶다.


  문학을 이야기하려면 문학을 누려야 한다. 스스로 문학을 읽을 뿐 아니라 문학을 써야 한다. 골목을 이야기하려면 골목을 누려야 한다. 스스로 골목을 거닐 뿐 아니라, 골목(동네)에서 살아야 한다. 문학을 하지 않으며 문학비평만 하는 일이란 얼마나 재미있을까 궁금하다. 골목(동네)에서 살아가지 않으며 골목해설만 하는 일이란 얼마나 살가울까 궁금하다.


  글쓰기가 바로 문학쓰기이다. 역사에 남는다든지 작품책을 내야 문학쓰기가 아니다. 스스로 일구는 삶을 사랑으로 아로새길 때에 문학쓰기, 곧 글쓰기이다.


  삶읽기가 바로 골목읽기이다. 이런 건축물 저런 문화재를 알려준대서 골목읽기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골목사람 되어 골목이웃과 알콩달콩 빚고 엮는 이야기를 누릴 때에 골목읽기, 곧 삶읽기이다.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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