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소리

 


  부산마실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부산 사상 버스역에서 시외버스 기다리다가, 우리 집 큰아이가 동무 아이랑 잘 뛰노는 모습을 보고는, 아버지는 뒷간 다녀와야겠다 싶어 뒷간에 들었더니, 큰아이가 아버지 사라졌다며 버스역이 떠나가도록 꺼이꺼이 운다. 책방 아저씨가 곁에 있어도 아버지 없다며 우는 소리에, 뒷간에 앉아 볼일을 보지도 못하고 바로 나온다. 얘야, 너 아버지 있건 말건 네 동무하고 이 버스역 구석구석 달리고 뒹구며 노느라 아버지는 안 쳐다보고 불러도 안 오잖니. 아버지가 너를 두고 사라질 일 있겠느냐. 바깥마실 다니느라 속이 더부룩해서 뒷간에 가려 했는데, 그대로 놀면 되잖니. 어쩌면 너는 그렇게 개구지게 뛰놀면서도 아버지가 그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내내 지켜보았니. 그곳에 아버지가 있으니 마음을 푹 놓고 이 버스역을 네 앞마당 삼아 신나게 뛰놀았니. 네 웃음소리도, 네 울음소리도 그예 하늘을 찢고 가슴을 찢는구나.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