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다리기

 


  시골마을에서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찻길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뛰고 달린다. 마늘이 자라거나 유채가 싹이 트려 하는 논을 들여다보고, 멧새 노랫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흐르는 구름을 올려다본다.


  읍내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린다. 조그마한 맞이방으로 흘러드는 담배내음이 짙다. 맞이방 안쪽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없으나, 맞이방 바로 바깥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 많아, 안쪽으로 담배내음이 끝없이 스며든다. 시골 읍내 맞이방에는 온통 할머니와 할아버지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개구지게 놀아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웃으며 예뻐해 준다.


  아이들은 순천 시외버스역에서도 거침없이 뛰고 달리려 한다. 이제 사람들 제법 북적거릴 뿐 아니라, 널찍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부딪히거나 아이들이 이리저리 앞지르거나 쏘다닐 적에 골을 낸다든지 소리를 지르는 어른이 곧잘 보인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다. 아이들은 뛰고 싶으며 달리고 싶은걸. 앞으로 여러 시간 버스에 꼼짝없이 앉아야 하니, 그때까지 뛰고픈 대로 뛰렴.


  인천, 서울, 부산 버스역에서는 아이들 손을 잡는다. 이곳에서 아이들 손을 놓으면 자칫 아이들을 잃을까 싶다. 끊임없는 사람물결은 아이들을 헤아리지 않는다. 키 작은 아이들이 있대서 아이들을 안 밀치는 어른은 없다. 어른은 누구나 이녁 먼저 가려 하지, 아이들을 기다리거나 보살피지 않는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며 북적거린다. 트인 하늘이 없고, 맑은 바람이 없으며, 따순 햇살이 깃들지 않는다.


  바깥마실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소리에서 벗어난다. 홀가분하다. 이제 별을 다시 만난다. 별은 시골 하늘에도 도시 하늘에도 뜨지만, 도시 하늘은 별빛을 가로막는 불빛과 먼지띠가 너무 짙다. 고즈넉한 바람이 불고, 조용한 별빛이 드리운다. 아이들은 시골바람과 시골볕과 시골내음을 받아먹으면서 시나브로 차분한 몸가짐이 된다. 4346.1.1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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