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나누는 마음
부산으로 먼길 마실을 다녀오면서 고흥으로 돌아갈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순천역에서, 큰아이가 “나 과자 먹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그래, 이 늦은저녁까지 애 많이 썼지, 버스에서 김밥 먹기로 하고 과자 한 봉지 주마.
큰아이하고 과자 한 봉지 나누어 먹습니다. 이윽고 큰아이 혼자 다 먹으라 하고 나는 손을 뗍니다. 큰아이는 혼자서 과자를 먹다가 손바닥에 두 알 남습니다. 큰아이는 문득 “저기 언니들 줘도 돼?” 하고 묻습니다. 응? 너는 안 먹고? 그래, 주고 싶으면 주면 되지. 큰아이는 시외버스 기다리는 언니 둘한테 웃으며 다가가서는 과자 한 알씩 나누어 줍니다.
곱네. 고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구나. 네 고운 마음은 네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왔을 테고, 네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은,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랑 아버지한테서 왔을 테며,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은, 또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은 어머니와 아버지 마음에서 왔을 테지.
고운 마음은 오랜 옛날부터 차근차근 이어지고, 착한 마음은 먼 옛날부터 솔솔 이어지며, 즐거운 마음은 아스라한 옛날부터 하나하나 이어지겠지. 그리고, 이 마음은 너와 네 아이와 네 아이가 낳을 아이한테 새삼스레 곱게 이어지겠지. 4346.1.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