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글쓰기

 


  시골에서 군내버스를 타려면 1000원 종이돈 늘 넉넉히 건사해야 합니다. 우리 마을에서 읍내까지 어른은 1500원, 어린이는 800원입니다. 5000원 종이돈이라면 때때로 거스름돈 받을 수 있겠지만, 10000원 종이돈으로는 거스름돈 받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지난 2012년 가을부터 고흥 군내버스에도 교통카드 쓸 수 있은 뒤로, 거스름돈 받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아요.


  고흥 군내버스에 교통카드 쓸 수 있은 지 여러 달 뒤, 면내 편의점에 가서 교통카드를 둘 장만합니다. 하나는 어른 것, 하나는 어린이 것. 그러나, 고흥 군내버스를 타면서 교통카드 쓸 일은 드뭅니다. 교통카드 하나 사는 값도 퍽 비싼데, 교통카드에 돈을 채우려면 또 읍내나 면내 편의점에 가서 맞돈을 치러야 해요. 교통카드에 돈 채울 때에는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고, 또 편의점 있는 데까지 가야 하니, 이래저래 번거롭습니다. 교통카드 쓰면 50원씩 에누리를 해 준다지만, 돈을 채우는 데에 들이는 품을 따지면 50원 에누리가 하나도 값싸지 않아요. 내 지갑에는 1000원 종이돈을 으레 열 장 남짓 건사합니다.


  서울 거쳐 인천으로 사흘 마실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헌책방 두 군데 들르는 길에, 동냥돈 바라는 분을 두 분 만납니다. 나는 지갑을 열어 1000원 종이돈을 꺼냅니다. 두 분한테 1000원씩 드립니다. 나로서는 1000원 종이돈 한 장 내밀 수 있습니다. 동냥돈 바라는 분은 여러 사람한테서 1000원이든 100원이든 10000원이든 나누어 받으시겠지요.


  시골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1000원 종이돈 한 닢으로 버스 한 번 타기 힘듭니다. 그러면 나는 동냥돈 바라는 분한테 1000원 종이돈 한 닢 드려서는 안 되겠다 싶습니다. 두 닢씩 드려야겠다 싶습니다. 그래야 버스를 타도 한 번 타고, 길에서 무얼 사다 먹으며 사다 먹을 수 있겠지요. 참말 그래요. 지난해까지는 우리 집 전기삯을 다달이 6000∼7000원쯤 치렀는데, 어느새 물건값 껑충 올라 올해에는 전기삯 10000원 안팎으로 치릅니다.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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