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온 책

 


  고흥을 떠나 인천으로 사흘 마실을 다니고는, 인천에서 다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 인천에서 사는 형한테서 쪽글 하나 온다. 동생이 형 집에 책을 놓고 갔다고. 응? 책을 놓고 왔나? 아, 그래, 형 집에서 똥을 누며 뒷간에서 읽던 책을 그만 뒷간에 그대로 놓고 왔네. 뒷간에서 몇 쪽이라도 읽으려고 손에 쥐었는데, 뒷간 들어갈 적에는 알뜰히 챙기다가, 뒷간에서 나올 적에는 깜빡 잊었구나. 언제쯤 그 책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책을 찾으려면 다시 인천으로 마실하러 갈 일이 있어야겠지. 4346.1.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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