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해맞이

 


  사흘에 걸친 인천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택시와 시외버스와 시외버스, 마지막으로 택시를 다시 한 번 타고 두멧시골로 접어드는데, 저녁이 되어 뉘엿뉘엿 기우는 빠알간 해님이 저 멧등성이에 이쁘장하게 걸린다.


  고흥에 왔구나. 빠알간 해님과 멧자락과 숲과 들판을 누리는 고흥에 왔구나. 인천에서는 어디에서도 누릴 수 없는 숲그늘 저녁해를 보는 고흥에 왔구나. 바람맛을 느끼고 바람내음을 맡으며 바람소리를 듣는다. 내 마음과 생각을 따사롭게 보듬는 겨울 한 자락 받아먹는다. 이제 저녁해는 저 멧자락 뒤로 숨는다. 4346.1.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