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다 곁을 걷는 어린이

 


  한여름에는 논이 풀바다를 이룬다. 오늘날에는 빽빽하게 심어 빽빽한 풀바다를 이루지만, 지난날에는 이처럼 빽빽한 풀바다는 아니었으리라 느낀다. 게다가 오늘날 벼포기는 씨알을 건드려 키가 작도록 만든다. 예전 벼포기는 키가 훤칠했다. 지난날에는 씨알뿐 아니라 볏짚도 알뜰히 건사해서 지붕을 잇거나 짚신을 삼거나 새끼를 꼬아서 써야 했으니, 볏짚 하나 버릴 일 없었다. 오늘날은 볏짚을 소먹이 사료로 삼거나 그냥 버리니, 굳이 벼포기가 길거나 굵어야 하지 않다.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논 사이에 숨으면 아예 안 보였겠지. 아마, 어른도 논에서 피사리 하는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겠지. 큰아이와 함께 여름논 곁을 걷는다. 434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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