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지는 손

 


  아버지랑 어머니가 책을 만진다. 큰아이가 책을 만진다. 이제 작은아이도 책을 만진다. 아버지랑 어머니가 책을 만지는 손길을 큰아이가 이어받고, 작은아이는 어버이랑 누나 손길을 물려받는다. 예쁘게 예쁘게 돌보면서 책을 만지면, 아이들은 예쁘게 예쁘게 쓰다듬는 손길을 물려받는다. 착하게 착하게 보듬으며 책을 만지면, 아이들은 착하게 착하게 보듬는 손길을 이어받는다.


  책을 만지는 손길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못한다. 집에서 어버이가 살아가는 매무새를 아이들이 고스란히 배운다. 나중에 아이들이 머리통 굵어지며 스스로 제 책을 더 깊고 넓게 파고들려 할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저마다 스스로 새롭게 책읽기를 익힐 수 있겠지. 그러나, 어릴 적부터 곁에서 지켜보고 바라본 모습이 하나하나 손과 머리와 눈과 마음에 아로새겨지기 마련이다.


  어버이가 흙을 만지던 손길이 아이들이 흙을 만지는 손길로 이어진다. 어버이가 하늘을 껴안고 바람을 마시던 품이 아이들이 하늘과 바람을 품에 안는 매무새로 이어진다. 434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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