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풀맛
읍내 가게에서 돗나물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된장에 무쳐서 먹는다. 한겨울에도 읍내 가게에 가면 돗나물 한 꾸러미를 장만해서 푸른 빛 나는 풀을 먹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으니, ‘퍼석’ 하는 밍밍한 물맛만 난다. 아, 그래, 그렇지. 한겨울에 읍내 가게에서 사다 먹을 수 있는 푸성귀라면, 비닐집에서 키웠을 테니까. 비닐집에서 물과 비료만 먹고 자랐을 테니까. 햇볕과 흙과 바람과 빗물을 마신 풀이 아닐 테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집 텃밭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얻는 돗나물은 줄기가 퍽 가늘고 잎사귀도 작다. 가게에서 사다 먹는 돗나물은 줄기도 굵직하고 잎사귀도 큼직하다. 겉보기로는 먹음직스럽지만, 막상 먹고 보면 밍밍한 물맛만 돌 뿐, 풀다운 풀맛이 돌지 않는다. 434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