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아이

 


  아침에 작은아이 쉬를 누이고 나서 얼마 안 지났는데, 작은아이가 이맛살 찡그리며 응응응응 한다. 응? 왜? 아하, 똥 마려? 응가 마렵구나. 응가 눌래? 응응응응. 그래, 그러면 응가 누러 가자. 응응응응. 자 앉아 봐. 응가 영차. 응가 영차. 응응응응.


  작은아이를 오줌그릇이자 똥그릇에 앉힌다. 아버지는 아침에 먹을 밥을 끓이려고 냄비에 불을 올린다. 국을 어떻게 끓일까 생각한다. 이러는 동안 대청마루 오줌그릇에 앉은 작은아이더러 “응가 영차!” 하는 노래를 불러 준다. 작은아이는 이제 다 누었는지, 다시 응응응응 한다.


  너 응응응응 하면서 찡그리는 이맛살 되게 귀엽거든. 다 누었다면서 또 응응응응 하는 볼때기도 귀엽거든. 작은아이는 오늘 아침 오줌바지 두 벌을 내놓았지만, 똥바지는 내놓지 않는다. 참 예쁘구나. 오줌바지에 척척 빨면 쉽고, 똥바지는 좀 품이 들잖니. 세 살 먹었다고, 새해 첫머리에 아주 귀엽고 착한 짓을 다하는구나. 똥 곱게 눈 너를 한팔로 안아 다른 한팔로 따순 물 틀어 네 밑을 닦는다. 세 살 아이는 참 가볍네. 넌 아직 참 가벼운 아이야. 여섯 살 너희 누나는 이렇게 한팔로 안아서 씻기지 못하거든. 4346.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