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지는 대청마루
대청마루에 앉아 그림책을 넘긴다.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히기도 하지만, 아버지나 어머니는 혼자서 그림책을 읽기도 한다. 꼭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읽혀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조용히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달라붙곤 한다. 그러면 함께 그림을 보기도 하고, 글을 읽히기도 하며, 내가 이야기를 새로 지어 들려주기도 한다.
그림책을 즐거이 보고 나서 사진을 찍으려고 바닥에 펼친다. 겨울햇살 곱게 들어온다. 문득 작은아이가 아버지 앞으로 와서 밖을 바라본다. 요 녀석, 옆으로 가서 밖을 내다보면 안 되겠니? 왜 그림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나 작은아이는 아버지 곁에서 얼쩡거리며 놀고 싶다. 아버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 실랑이 아닌 실랑이처럼 기다리다가 ‘아버지 사진찍기’는 그만두기로 한다. 그래, 아버지 일보다 네 놀이가 먼저로구나. 434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