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23] emart everyday

 


  우리 식구 살아가는 전남 고흥에는 없는 것이 많아요. 웬만한 도시에는 으레 있는 커다란 가게가 없어요. 이를테면 이마트나 롯데마트나 또 무엇무엇이라 하는 가게는 없어요. 자그마한 시골마을이니까 이런 가게가 들어온들 장사하기 어렵겠지요. 시골은 꼭 시골만 한 크기에 알맞춤한 가게면 넉넉하거든요. 커다란 가게 없는 시골이니 참말 시골은 시골이로구나 하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난해에 ‘emart everyday’라는 곳이 문을 열었어요. 지난해 봄께만 하더라도 ‘kim's club’이라는 이름을 쓰던 가게였더니, 어느새 ‘emart everyday’라는 이름으로 바뀌더군요. 도시에서 흔히 말하는 ‘기업 구멍가게’라고 하나요, 이런 곳이 들어오더군요. 예전에 있던 가게도 ‘기업 구멍가게’라 할 텐데, 가만히 보니까, 시골에서 조그맣게 꾸리는 가게 가운데 알파벳으로 가게이름 적는 데는 없지만, 이렇게 도시에서 생겨나 널리 퍼지는 가게는, 시골로 들어올 적에도 알파벳으로 가게이름을 붙여요. 이를테면, 편의점 ‘FamilyMart’나 빵집 ‘PARIS PAGUETTE’처럼 대놓고 알파벳으로 적어요. 옷가게도 시골 읍내에서조차 알파벳 이름을 써요. 어린이옷을 팔든 어른옷을 팔든, 기업에서 만든 옷을 파는 데는 으레 알파벳 이름이에요. 처음부터 이름을 한국말로 안 지으니 ‘이마트 에브리데이’나 ‘킴스클럽’이나 ‘패밀리마트’나 ‘파리바게뜨’처럼 한글로 적으면 외려 안 어울려 보일는지 몰라요. 그런데 말예요, 다른 나라에 여는 가게도 아니요, 외국사람 오라는 가게도 아닌데, 왜 한국에서 한국사람 마주하는 가게가 이렇게 영어사랑을 해야 할까 알쏭달쏭해요. 우리는 어떤 나라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영어를 아끼거나 즐겨야 할까 궁금해요. 434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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