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기대는 마음

 


  힘든 누군가 등을 기댑니다. 힘이 없는 누군가 팔이나 어깨를 잡고 기댑니다. 힘이 들고 힘이 빠지니 그예 기댑니다. 기댈 만한 등이나 팔이나 어깨가 되어 주는 이가 고맙습니다. 그런데, 기댄다고 할 때에는 힘이 없거나 적거나 모자라거나 빠진 쪽만 기대지는 않는구나 싶어요. 힘이 있거나 많거나 넉넉하거나 넘치는 쪽도 나란히 기대는구나 싶어요. 둘이 서로 만나기에 서로 기대겠지요. 한쪽은 받으면서 기대고, 한쪽은 주면서 기대요. 한쪽은 받으면서 새 기운을 돋우고, 한쪽은 주면서 새 기운을 차려요.


  물이 흐릅니다. 판판한 곳에서는 물이 고이지만, 조금 기울어진 데에서는 물이 흐릅니다. 물은 땅밑에서 천천히 솟아서 높은 곳에서 터지고, 높은 곳부터 낮은 자리까지 다시금 천천히 흐릅니다.
  물은 흐르기에 맑습니다. 물은 고이기에 썩습니다. 사람은 서로 기대어 기운을 나누기에 맑습니다. 사람은 서로 기대지 않거나 기운을 주고받지 못할 적에는 스스로 어두워집니다.


  나는 누군가한테 기댈 수 있어 즐겁습니다. 누군가 나한테 좋은 ‘비빌 언덕’ 되어 주니, 이녁한테도 새 기운 샘솟도록 북돋우는 구실을 하리라 느낍니다. 거꾸로, 나는 글 한 꼭지 쓰면서 누군가한테 ‘비빌 언덕’이 됩니다. 집에서 살림 꾸리고 밥을 차리면서, 아이들한테 ‘비빌 언덕’이 되고, 나는 내 지친 마음을 아이들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들으며 달래니까, 아이들은 나한테 새삼스러운 ‘비빌 언덕’입니다. 4346.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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