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실 설거지

 


  이웃집에 마실을 간다. 집들이를 하는 이웃은 손님들한테 이것저것 차리느라 부산하다. 즐거우며 고맙게 밥을 얻어먹고는 밥상을 슬쩍 돌아보니, 빈 그릇 제법 보인다. 밥상에서 빈 그릇 좀 날라 부엌 개수대에 놓는다. 그러고는 조용히 물꼭지를 틀어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거리는 이 말고도 많으나, 사이사이 조금씩 빈 그릇 설거지를 하면, 그동안 이 그릇들 물기가 말라 치우기도 수월하고, 새로 그릇을 써야 할 때에 쓰기도 좋다.


  그런데 이런 설거지이든 저런 밥차림이든, 이웃집이든 동무집이든, 2013년을 며칠 앞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런 집일 저런 집살림을 ‘사내’들이 먼저 나서서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지 못한다. 집안 아이들도, 집안 어른들도, 사내들은 으레 엉덩이가 무거워 방바닥에 눌러붙고, 가시내들은 ‘사내보다 엉덩이가 더 큰’데도 엉덩이가 가벼운지(?) 쉬지 않고 일어나서 무엇을 나르고 무엇을 차리고 무엇을 하고 …… 끝이 없다. 4345.12.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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