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설거지

 


  넉 밤 자면 아이들 나이는 하나씩 는다. 큰아이는 곧 여섯, 작은아이는 이제 셋 된다. 작은아이 오줌가리기를 하느라 여러모로 마음을 많이 쓰는데, 작은아이 말문트기가 꽤 더디면서 오줌가리기 또한 퍽 더디다. 그래도 작은아이 몸과 움직임을 살피며 그때그때 오줌그릇에 앉히면 바지와 기저귀 버릴 일이 없다. 때로는 이틀이나 사흘 동안 오줌바지와 오줌기저귀 하나 안 나오도록 하기도 한다. 그래도 똥바지는 나오지만.


  작은아이 옷빨래가 줄면서 겨울빨래가 퍽 수월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제 겨울이다 보니 밤새 물이 얼까 하고 헤아려 보곤 한다. 워낙 따스한 날씨인 전남 고흥이기는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라, 밤에 틈틈이 깨어 물을 틀곤 한다. 굳이 물 졸졸 흐르도록 물꼭지를 틀지 않아도 되는데, 여러 시간 안 쓰다가 다시 틀면, 땅밑에서 퍼올리는 물줄기가 처음에는 시원찮으니, 겨울날 자칫 물관에 얼음이라도 낄까 봐, 저녁에는 설거지를 다 안 하고 두었다가, 한두 시간에 두어 가지씩 설거지를 한다. 지난해까지는 밤에 두 시간마다 아이들 빨래를 하며 물을 썼다면, 올해에는 밤설거지로 물을 쓴달까. 아이들이 자라 작은아이가 네 살 되고 다섯 살 될 적에도 이렇게 밤설거지로 겨울밤을 지새우겠지. 큰아이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쯤 되면, 또 열 살이나 열한 살쯤 되면, 겨울밤 물쓰기를 살짝 나누어 맡을 수 있을까. 너희 아버지 가끔은 밤잠 느긋하게 잘 수 있게 말야. 4345.12.2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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