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Girl 마이걸 1
사하라 미즈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02

 


선물, 함께 살고 싶다는 말
― MY GIRL 1
 사하라 미즈 글·그림,서현아 옮김
 시리얼 펴냄,2009.8.25./8000원

 


  예수님나신날을 지나며, 뭔가를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아이들과 면내 가게에 가서 과자 몇 점 사 봅니다. 이것도 아이들한테 선물이라면 선물이 되겠지요. 면내까지 자전거를 함께 타고 달렸으니, 추운 날 자전거수레에서 찬바람 실컷 쐬며 마실하는 일도 선물이라면 선물이 될 테고요. 그러고 보니, 큰아이는 2010년과 2011년 한겨울에도 이 자전거를 탔고, 작은아이는 올해에 처음으로 겨울자전거를 타 보는군요. 큰아이는 추운 날 자전거에 이럭저럭 익숙할 수 있지만, 작은아이는 이 추운 날 자전거 타는 일이 퍽 고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달리 말이 없습니다. 다만, 작은아이는 아직 말문이 트지 않아, 추워도 춥다 말을 못하니 말이 없달 텐데, 찬바람 싱싱 불며 작은아이 손이 발갛게 얼어도 바깥에서 놀기를 더 좋아해요.


- ‘우편함을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한 것은, 벌써 3년 전이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이런 시골 동네로 이사온 의미도, 이제는 잊어버렸다. (2∼3쪽)
- “안 돼. 하고 싶은 말을 안 하면, 우리 엄마처럼 돼!” (26쪽)
- “아까 할미가 괜찮다고 한 것은 그런 뜻이야. 어떤 얼굴을 해도 좋아. 마사무네가 알고 있는 ‘요코 씨’를 저 아이에게 많이 이야기해 주거라. 그리고, 좋은 추억을 잔뜩 만들어 주려무나.” (102∼103쪽)

 


  그나저나, 십이월 이십오일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고 말하니 그러려니 하지만, 또 한겨레가 이날을 기린 지 얼마 안 되었는데에도 온통 이 얘기가 넘치니 그러려니 하는데, 따로 예수님나신날을 기리며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려 한다면, 선물이란 무엇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착하게 살고, 참답게 살며, 곱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나 스스로 나한테 주는 선물이 된다고 느낍니다.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다든지, 내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든지, 내가 집안일에서 홀가분하게 풀려난다든지, 이런저런 일도 선물이라면 선물이 될 수 있을 텐데, 썩 내키지는 않아요. 싫지는 않으나 굳이 반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돈벼락보다는 따순 사랑이 즐겁고, 내 책 잘 팔리는 일보다는 사람들 가슴속에 슬기로운 생각씨앗이 드리우는 일이 반가우며, 나 스스로 씩씩하게 집안일 건사하는 삶이 기쁘거든요.


  선물은, 누구나 마음으로만 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선물은, 누구나 마음으로만 받을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물건이나 물질로는 주고받지 못하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겉모습이나 껍데기로는 이루지 못하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마음을 빛내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내가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 마음자리에 푸르고 싱그러운 나무가 자라도록 북돋우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나를 아끼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밭에 푸른 잎사귀와 고운 꽃봉오리가 흐드러지기를 바라며 생각을 살찌우는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때로는 돈 만 원이 선물이 됩니다. 때로는 밥 한 그릇이 선물이 됩니다. 때로는 책 한 권이 선물이 됩니다. 그리고, 웃음 한 자락이 선물이 되고, 따순 말 한 마디가 선물이 돼요.

 


- “어? 혹시 망가졌어?” “실이 끊어졌나 봐.” “그럼 걱정하지 마. 잠시 보여줄래?” “고칠 수 있어?” (23쪽)
- “요 앞에 내가 사는 집이 있어. 지은 지 20년, 역에서 20분, 주위엔 논밭뿐이고, 불편한 곳이지. 몇 번이나 이사 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 (45쪽)


  추운 바람 싱싱 부는 시골길을 아이들과 자전거로 달리다가, 한손을 하늘로 뻗으며 “아, 춥다! 춥구나!” 하고 노래합니다. 차디찬 바람이 불거든요. 추우니까 추운 바람을 신나게 맞이합니다. 추운 바람이 온몸 구석구석 스며듭니다. 자전거마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손가락이랑 발가락이 굳습니다. 밤새 펴지지 않습니다. 뻣뻣하게 굳은 손발가락에, 등허리와 머리카락까지 굳습니다. 영 풀리지 않습니다.


  네 식구 지내는 고흥 시골집은 다른 마을이나 도시와 견줘 매우 따스합니다. 매우 따스한데에도 겨울에 이만큼이면,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는 겨울자전거를 엄두조차 못 낼는지 몰라요. 그런데, 아무리 춥다 하더라도 타고 보면 다 탈 수 있어요. 중국 연길시는 한국보다 훨씬 추워, 영 도 밑으로 삼사십 도는 가볍게 내려가는데, 그곳 사람들은 한겨울 얼음추위에도 자전거를 타는걸요. 짐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걸요.


  즐기려 할 적에는 즐기는 삶이 되고, 누리려 할 적에는 누리는 삶이 되는구나 싶어요. 그러니까, 나 스스로 고되거나 힘들다 여기면, 내 삶은 그야말로 고되거나 힘듭니다. 나 스스로 환하거나 빛난다 여기면, 내 삶은 더없이 환하거나 빛나요.


  선물은 내가 남한테 주거나 남이 나한테 주는듯 보이지만, 곰곰이 따지면, 모든 선물은 내가 나한테 줄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한테만 선물을 줄 수 있고, 나는 나한테만 선물을 줄 수 있어요. 내가 당신한테 보내는 마음이란, 누구보다 내가 나한테 보내는 마음이에요. 당신이 나한테 띄우는 마음 또한, 누구보다 당신이 당신 스스로한테 띄우는 마음입니다.


  우리들이 이 지구별에서 선물을 꾸려 선물하는 까닭은, ‘남을 돕’거나 ‘남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바로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며, 나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내 삶을 살찌우면, 시나브로 내 이웃 삶도 살찌우는 일이 되거든요. 스스로 내 넋을 북돋우면, 저절로 내 이웃 넋도 북돋우는 빛이 돼요.

 


- “코, 코하루는, 엄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어.” (46쪽)
- ‘코하루와 함께 집에 돌아가서, 잠들 때까지,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라도 많이 이야기한다. 그것이 나의 새로운, 하루 생활이다.’ (68쪽)
- “부부라곤 해도 어차피 남남이니, 언제나 마음이 맞을 수는 없죠. 말다툼은 접어두고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상처만 주게 될 뿐입니다.” (143쪽)


  사하라 미즈 님 만화책 《MY GIRL》(시리얼,2009) 첫째 권을 읽으며 찬찬히 헤아립니다. 만화책 《MY GIRL》에 나오는 풋내기 아버지와 어린 딸아이는 언제나 서로가 서로한테 스스로 선물을 하는 나날이었어요. 그리운 이한테 띄우던 글월 하나는, 그리운 이를 마음 깊이 떠올리는 생각 하나는, 그리운 이녁한테 부치는 선물이기 앞서, 이녁 스스로 보듬는 선물입니다. 오래오래 차근차근 스스로 살가이 선물하는 삶이었기에, 그리운 이들은 언제가 되든 만납니다. 몇 해가 흐르건, 그리운 이들은 서로 아끼는 넋이 한 자리에 모여 환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내가 당신한테 무엇을 선물할 때에는, 이 선물을 받을 당신이 기뻐하기를 바라지 않아요. 이 선물을 꾸리는 내가 즐거우며 기쁩니다. 선물을 받는 당신은, 어 하고 놀라다가는, 마음속에 곱게 피어나는 빛줄기가 떠오르며, 이 빛줄기를 둘레를 밝혀요.

 


- “그, 그치만 혹시 매일매일 보고 싶으면? 그럼 얘기가 다 없어지잖아?” “하하, 없어지지 않아.” “그, 그치만, 자꾸자꾸 보고 싶으면?” “그럼, 자꾸자꾸 이야기하면 되지.” (109쪽)
- “엄마가 말하는 ‘행복’이 뭔데요?” “뭐?”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하고, 먹을 만큼 나이를 먹으면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거? 일반적인 길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불행하다고 보는 시각은, 틀렸다고 생각해요.” (165쪽)


  풀잎 하나를 똑 따서 선물을 할 수 있습니다. 종이 한 장을 살살 오려서 선물을 할 수 있습니다. 연필 한 자루 바지런히 놀리며 선물을 할 수 있습니다.


  선물을 백화점에서 산다고 못박지 말아요. 전화 한 통 거는 손가락질이 바로 선물이에요. 선물을 값진 물건으로 따지지 말아요. 맑은 눈빛으로 싱그러이 웃으며 속삭이는 노래 한 가락이 곧 선물이에요.


  선물은 마음밥이에요.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 선물이에요. 산타 할아버지가 집집마다 돌며 선물을 돌린다지요? 그래, 나는 이 말을 믿습니다. 산타 할아버지는 참말 모든 집에 선물을 돌려요. 무슨 선물을 돌리느냐고요? ‘사랑’과 ‘꿈’과 ‘믿음’이라는 선물을 그윽히 돌려요.


- “올해 선물이라면 벌써 산타 할아버지가 줬어요.” “어머?” “마사무네 아빠요.” (186쪽)


  내 마음밭으로 스며드는 선물을 떠올립니다. 웃음 한 자락, 노래 한 가락, 말 한 마디, 생각씨앗 한 톨, 꿈 한 가지, 이런 선물 저런 선물 예쁘게 떠올립니다. 4345.12.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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