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달빛

 


  서울 하늘에는 달과 별이 가려지니, 어른들이 이를 안타까이 여기며, 그림책에 달빛이랑 별빛을 담아 아이들한테 보여주려고 해요. 그러나, 서울 하늘에 달과 별이 가려진들 아랑곳하지 않거나 느끼지 않는 어른이 많아, 조금도 이를 안타까이 여기지 않기에, 그림책에조차 달빛이랑 별빛을 안 담거나 못 담기 일쑤예요.


  어린 나날 시골 밤하늘에서 달빛이랑 별빛을 흐드러지게 누린 기쁨을 아이들한테 물려주고 싶어, 그림책에 달빛이랑 별빛을 곱다시 담는 어른이 있어요. 그러나, 어린 나날 시골 밤하늘에서 으레 달빛이랑 별빛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막상 달빛이랑 별빛을 살뜰히 누리지 못한 나머지, 어른이 되어도 아이들한테 달빛이랑 별빛을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못하는 어른이 있지요.


  밤이 깊어도 좀처럼 잠들지 않으려는 작은아이를 안고 몇 차례나 마당으로 나와 달빛이랑 별빛을 올려다봅니다. 작은아이는 달놀이를 하니 재미날까요. 작은아이는 별놀이를 하니 신날까요. 어쩌면, 작은아이가 쉬 잠들지 않아 주기에, 나도 작은아이하고 마당으로 자꾸 나와서 자꾸 별바라기를 하고 거듭 달바라기를 할 수 있는지 몰라요. 작은아이를 재운다는 말은 핑계이고, 작은아이한테 들려주면서 나 스스로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도록 자장노래를 맑은 목소리 뽑아 부르는 셈인지 몰라요.


  두 아이 재우다가 아이들보다 내가 먼저 까무룩 잠듭니다. 작은아이가 쉬 마렵다 보채며 새벽에 퍼뜩 잠을 깨니 오른팔이 뻑적지근 저립니다. 몇 시간이나 작은아이 팔베개를 했을까. 쉬를 더 누이고 무릎에 앉혀 새 바지를 입힌 다음 다시 잠자리에 눕힙니다. 4345.12.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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