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제비꽃과 제비빛 책읽기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제비를 익히 보았다. 그러나 제비꽃은 좀처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제비빛’이라 하면, 제비 배때기 하얀빛보다는 제비깃 짙은보라빛이 먼저 떠오른다. 얼핏 보면 새까만 듯하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촤르르 빛나는 짙은보라빛이 제비빛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내 어릴 적에 제비꽃을 못 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내가 못 알아보았을 뿐, 이 골목 저 골목, 또 이 풀밭 저 풀밭에서 제비꽃은 저희 스스로 조그맣고 앙증맞은 꽃잎이랑 풀잎을 뽐냈으리라 생각한다.


  추운 겨울날 문득 봄제비꽃이 떠오른다. 왜 봄제비꽃이 떠오를까. 겨울 지나 새봄 찾아들면 따스한 바람을 기리려는 듯, 저 먼 바다를 건너 제비들이 무리지어 찾아오기 때문일까. 추운 바람을 맞으면서 제비꽃이 피어나고, 아직 추위 덜 가셨으나 따순 봄바람 불 적에는 온 들판에 ‘자, 모두들 기지개 켜고 일어나 새봄을 맞이하자구요!’ 하면서 제비가 날갯짓 춤사위를 보여주기에, 이 춤사위를 얼른 지켜보고 싶기 때문일까. 4345.1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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