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19] 무릎노래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개구지게 뛰놀 적에는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어 글을 쓰기 수월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랑 놀자고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이들은 배고프니 밥 달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은 이래저래 뒹굴며 옷을 버려 아버지를 부릅니다. 아직 많이 어린 작은아이는 바지에 똥을 누었으니 갈아입히고 씻겨 달라며 부릅니다. 이리하여, 두 아이 모두 잠든 깊은 새벽에 홀로 살며시 일어나 글을 쓰곤 합니다. 아이들이 뛰놀 적에는 아이들 노랫소리를 들으며 지내고, 아이들이 잠든 때에 비로소 내 마음 곱다시 돌아보면서 글을 씁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때때로 깊은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해 아버지를 찾아옵니다. 아버지는 모처럼 한갓지게 글쓰기를 할 마음이지만, 잠 못 이루는 아이를 손사래치지 못합니다. “얘야, 이불 가져오렴.” 다섯 살 큰아이는 작은 이불을 갖고 옵니다. 이제 키가 제법 자라 무릎에 누이자면 모자라지만, 큰아이를 무릎에 누입니다. 이불을 덮습니다. 토닥토닥 달래며 잠을 이루기를 빕니다. 아이는 무릎잠을 자고, 곧잘 무릎노래를 부릅니다. 무릎에 누여 부르는 자장노래라서 무릎노래입니다. 아양 떠는 아이가 무릎에 앉은 채 밥을 받아먹겠다 하면 무릎밥이 되겠지요. 무릎이야기, 무릎꿈, 무릎사랑, 무릎놀이, 하나하나 새롭게 태어납니다. 4345.1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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