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잠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 무릎을 저희 걸상으로 삼습니다. 때로는 아버지 무릎을 잠자리로 여깁니다. 두 아이는 아버지 어깨를 저희 가마나 그네로 여기곤 합니다. 아버지 등판은 저희 이부자리이며 보금자리이고 쉼자리입니다.


  무릎에 앉으려는 아이를 물리치지 못합니다. 무릎에 누우려는 아이를 내치지 못합니다. 자, 이리 오렴. 누나랑 동생이랑 사이좋게 무릎 하나씩 앉아. 자, 이리 오렴.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이 무릎에 앉아 서로 어깨를 기대어 새근새근 낮잠이 들어 이따 더 신나게 뛰놀 기운을 새로 얻으렴.


  방바닥에 드러누우면 한결 느긋할는지 몰라. 그러나, 아버지 무릎잠도 좋아. 너희가 가장 좋아하는 대로 살면 돼. 너희 마음을 가장 느긋하면서 즐거이 건사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돼. 너희 아버지는 너희 어버이 무릎을 잠자리 삼으며 자랐고, 너희는 내 무릎을 너희 잠자리 삼으며 자라듯, 너희도 머잖아 너희 사랑씨앗을 돌보며 너희 무릎을 보드랍고 어여쁜 품으로 가꾸어 보렴. 4345.1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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