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읽는 책

 


  미국사람 브라이언 랭커(Brian Lanker) 님이 빚은 사진책 《I dream a world》(Stewart,Tabori & Chang,1989)를 보다가, 재즈를 부르는 사람 둘 이야기를 읽는다. 브라이언 랭커라는 분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룬 밑바탕 되는 사람으로 ‘흑인 여성’을 생각했고, 미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여성을 꾸준히 사진으로 담아 《I dream a world》를 내놓았다고 하는데, 옆지기와 내가 이 사진책에서 만난 재즈노래꾼은 ‘Sarha Vanghan’과 ‘Ernestine Anderson’이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두 사람 노래를 찾아 들을 수 없기에, 나라밖 인터넷에서 두 사람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 1920년대에 태어나 일찍부터 노래를 불렀기에 참으로 오래된 자료가 뜬다. 그런데, 두 사람 노래를 가만히 찾아서 듣다가 ‘Bobby McFerrin’이라 하는 사람 노래를 함께 본다. 그리고, 〈Don't Worry, Be Happy〉라 하는 노래를 바로 이이 ‘바비 맥페린’이라는 분이 부른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뒤이어, ‘Richard Bona’라 하는 사람 노래를 듣는다.


  처음에는 사진책 하나였는데, 사진책 하나에 나오는 사람 하나가 씨앗 한 알 되어 다른 사람 이야기가 차츰 퍼진다.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는 노래, 마음을 따사롭게 안는 노래, 마음을 즐겁게 북돋우는 노래, 마음을 착하게 보살피는 노래, …… 이 지구별 곳곳에 저마다 사랑과 꿈을 안으며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나는 어떤 마음을 노래하는 글을 쓰는 사람일까. 내가 읽는 책에는 내 마음을 얼마나 아름답게 건사하도록 이끄는 이야기가 담겼을까. 다섯 살 두 살 아이들이 재즈를 들으면서 조용하다. 어깨춤도 추고 흥얼흥얼 따라하려고도 한다. 빽빽 지르는 소리 하나 없고, 우스꽝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몸짓 하나 없는데, 튀는 악기라든지 어딘가 남다르거나 놀랍다 싶은 가락 하나 드러나지 않는데, 삶을 사랑스레 녹이는 노래 한 마디에 마음을 느긋하게 풀 수 있다.


  이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악보로 담을 수 없’다고 느낀다. 이 사람들이 노래를 부를 때 곁에서 악기를 타는 이들은 ‘악보를 보며 악기를 탈 수 없’구나 싶다.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이고, 마음으로 켜는 악기이다. 글 또한 마음으로 쓸 수 있을 뿐이기에, 어떤 스승도 어떤 제자한테 글쓰기를 가르치지 못한다. 책 또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뿐이기에, 어떤 비평가도 어떤 독자한테 책읽기를 알려주지 못한다. 4345.12.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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