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동안 어느새 고래뱃속 생각 그림책 3
이진경 그림, 곽영권 글 / 고래뱃속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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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26

 


푸른 마음이 빚는 푸른 그림
― 그리는 동안 어느새
 이진경 그림,곽영권 글
 아지북스 펴냄,2012.8.27./12000원

 


  생각이 맑은 사람은 말을 맑게 들려줍니다. 손길이 고운 사람은 밥을 곱게 짓습니다. 꿈이 푸른 사람은 하루하루 푸르게 누립니다.


  생각에 따라 말이 달라지고, 말이 달라지는 결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손길에 따라 밥과 옷과 집을 알뜰살뜰 가꾸기 마련이요, 스스로 가꾸는 밥과 옷과 집에 따라 삶이 시나브로 거듭납니다. 꿈을 어떻게 꾸느냐에 따라 하루를 새삼스레 누리고, 하루를 어찌 누리는가에 따라 삶은 새롭게 피어나곤 해요.


.. 그림은 그리는 사람 생각이에요. 뭐든지 생각나는 대로 그릴 수가 있어요 ..  (4∼5쪽)

 

 


  그림은 그림을 그리려 하는 사람 생각입니다. 글은 글을 쓰려 하는 사람 생각이겠지요. 그러면,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생각은 어디에서 피어날까요. 생각은 어떻게 샘솟고, 생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즐거이 살아가는 하루가 있어 생각을 즐겁게 추스릅니다. 기쁘게 맞이하는 하루가 있기에 생각을 기쁘게 보듬습니다. 즐겁게 살아가지 못하는 하루라면, 내 생각 또한 즐겁지 못해요. 기쁘게 맞이하는 하루가 못 되면, 내 생각 또한 기쁘지 못해요.


  마음가짐이란 몸가짐이고, 몸가짐이란 삶가짐입니다. 마음밭이 몸밭이며, 몸밭이란 삶밭이에요. 하얀 꽃은 하얀 생각을 하얀 마음 되어 그리는 사람 앞에 나타납니다. 붉은 꽃은 붉은 생각을 붉은 마음 되어 그리는 사람 앞에 나타나요. 푸른 잎사귀는 푸른 생각을 푸른 마음 되어 그리는 사람 앞에 나타나고요.


  가을날 누렇게 익는 곡식은 누런밥 맛나게 먹고프다고 꿈꾸는 사람들이 즐겁게 땀흘리며 거둡니다. 겨울날 텅 빈 논배미와 밭자락은 겨우내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식구들이 알콩달콩 얼크러지며 이야기꽃 빛내며 곱게 쉬고픈 사람들 마음과 같습니다. 봄날 푸릇푸릇 돋는 새싹은, 봄이 되어 개구지게 뛰놀고픈 아이들 마음과 같아요. 그러면, 여름날은 어떤 빛이요 어떤 마음일까요.


.. 마음으로 그리는 사람도 있대요 ..  (13쪽)

 

 


  그림을 마음으로 그리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마음 없이 그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누구라도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어떤 이는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어떤 이는 아무 생각을 안 하는 손재주로 그림을 그려요. 살가이 꾸는 꿈을 그림 한 자락에 담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예술을 빛내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덧바르는 사람이 있어요.


  밥 한 그릇 배부르게 먹기를 바라며 구수하게 밥을 짓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차피 먹는 밥이기에 더 예쁘게 꾸미려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부르게 먹거나 끼니를 때우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어요. 감옥이나 수용소에서는 ‘죽지 않을 만큼’ 목숨을 붙이려고 밥을 내주곤 해요. 저마다 삶이 달라 생각이 다르고, 마음 또한 달라요. 삶과 생각과 마음이 다르니, ‘같은 일’을 해도, 드러나는 모습과 빛과 무늬 또한 달라요.


  시골에서는 까만 밤하늘 가득한 별을 누립니다. 시골이거든요. 도시에서는 컴컴한 밤이 없어요. 어디에나 환한 불빛이에요. 두꺼운 천으로 창문을 가려도 집안으로 빛살이 들어와요. 다만, 달빛이나 별빛 아닌 전기불빛이지만요. 그러니까, 이러한 밤빛 또한 저마다 바라는 대로 찾아오는 빛살이에요. 고즈넉한 밤을 누리고 싶은 사람은 시골에서 밤별을 누려요. 물질과 문명을 누리고 싶은 사람은 도시에서 번쩍번쩍 꺼지지 않는 밤빛을 누리겠지요.


  옳고 그름이란 없습니다. 맞거나 틀린다는 울타리는 없습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고 나누는 금은 없어요. 저마다 스스로 즐기는 대로 삶이에요. 누구나 스스로 누리는 대로 이야기예요.


  나는 풀빛이 좋아 풀하고 이웃합니다. 누군가는 꽃빛이 좋아 꽃하고 벗삼습니다. 누군가는 나무빛이 좋아 나무하고 동무하겠지요. 그림빛이란, 스스로 살아내는 어여쁜 마음결 드러나는 빛무늬라고 느껴요.


.. 그림에 마음을 흠뻑 쏟아부으면, 그림이 나를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  (24∼25쪽)

 


  이진경 님 그림과 곽영권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그리는 동안 어느새》(아지북스,2012)를 읽습니다. 그리는 동안 어느새 그림이 돼요. ‘작품’이나 ‘예술’이 아닌 그림이 돼요.


  아이들은 작품을 만들지 않아요. 아이들은 예술쟁이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아이들은 그림쟁이도 아닙니다. 그저 그림을 즐깁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인 나도 여느 어버이요 아버지이면서 ‘한 사람’입니다. 어떤 쟁이가 아니에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 스스로 예쁜 사람입니다.


  종이 한 장 방바닥에 펼쳐 빛연필을 손에 쥡니다. 빛연필을 손에 쥐고 빛을 그립니다. 빛이 천천히 이어집니다. 빛깔이 살그마니 잇닿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마음을 그림으로 싣습니다. 나는 나대로, 또 내 꿈과 사랑과 믿음대로, 내 마음을 그림에 가만가만 담습니다. 4345.12.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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