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일꾼 2, 인천에서

 


  인천에 볼일 보러 찾아간 며칠 앞서, 송월동1가부터 주안역까지 천천히 걸어 네 시간 마실을 한 다음, 주안역 앞에서 택시를 잡아 배다리로 달리는데, 그리 멀지 않은 이 길에 택시 일꾼이 따따따따 투덜거리는 말을 늘어놓는다. 인천에 있던 공장이 모두 인천 바깥으로 떠나 인천은 텅 비고, 거제에 한 번 가 보았더니 공장 언저리 술집과 밥집에 노동자로 바글바글거리는 한편, 울산은 넘치는 공장에 모자라는 사람으로 아우성이더라고, 이런 판에 서른여섯 먹은 당신 아들놈은 대학교 졸업은 했는데 집에서 아무것 안 하며 놀기만 한다고, 당신은 벌이가 힘든 택시 짓 하며 먹고산다고, 애들은 대학교까지 보낼 것 없이 고등학교만 마쳐서 공장을 보내든 회사를 보내든 해야 결혼을 시키고 애를 낳지, 대학교를 다니면 눈만 높아져서 아무 일 안 하고 속만 썩인다고 …… 택시 아저씨는 가슴에 쌓인 응어리가 이토록 많았을까. 낯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 한 사람한테 이렇게 하소연을 늘어놓는구나.


  택시에서 내릴 즈음, 나는 전남 고흥 시골에 사는데 고향 인천에 모처럼 볼일 있어 찾아왔다는 말이 나오니, 시골서 살면 좋다고 농사도 짓고 조용하다고 손님은 몇 살에 시골에 갔느냐고 묻는다. 글쎄, 난 언제부터 시골서 살았을까. 아이 낳고 옆지기와 시골로 간 때는 서른여섯이지만, 스물아홉 살부터 서른두 살까지 혼자서 시골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부디 택시 아저씨가 인천에서 살림 접고 시골로 옮겨 마음도 생각도 삶도 차분하며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기를 빈다. 손수 흙 만지며 몸소 밥 짓는 즐거움 가득 누리며 조곤조곤 사랑내음 물씬 나는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기를 빈다. 4345.12.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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